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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N5, AI와 함께 만든 JLPT 학습 콘텐츠

#기록#개발#JLPT 학습관

가나 208자를 끝내고 「이제 진짜 N5다」라고 써둔 지도 꽤 지났다. 그동안 그 화면으로 오래 잊고 있던 가나를 다시 익혔고, 그러고 나니 이제는 정말 N5를 만들 때가 된 것 같았다.

막상 앉으니 문법이 몇 개인지도, 무엇부터 나와야 하는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건 이번에도 마찬가지라, 그냥 무작정 클로드한테 물어봤다.

돌아온 답을 한 번에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왜 이 순서인지 되묻고, 돌아오면 그걸 놓고 또 생각하고, 생각한 걸 다시 물었다. 그렇게 같이 짜 놓고 나서 다시 검토해 달라고 했다. 고쳐 오면 고쳐 온 걸 또 검토시키고, 나아지면 나아진 걸 놓고 또 검토시켰다. 더 나올 게 없을 때까지 반복했다. 이 글에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그 반복 어딘가에서 나왔다.

그렇게 나온 게 열두 챕터다. 한 챕터를 마치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지를 먼저 적고, 거기 필요한 문법과 단어를 나중에 붙였다. 「나를 소개하고 사물 가리키기」, 「약속 잡고 값 묻기」, 「하지 말라고 하기」 같은 식으로.

다 쓰고 나니 문법이 55항목, 단어가 671개, 한자가 105자다. 배울 거리는 그렇게 갖춰졌는데 늘어놓기만 해서는 공부가 되지 않으니, 풀어볼 문제가 있어야 했다. 그것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678개가 나왔다.

그중 336개는 프로그램이 알아서 짜 맞추게 해뒀다. 한자 읽기와 표기는 단어장과 한자 표에 답이 이미 들어 있어서, 있는 것을 조합하면 문제가 만들어진다. 나머지 342개는 문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 것들이라 파일에 하나씩 적었고, 그 파일을 한 줄씩 보는 게 이 작업의 대부분이었다.

장을 열면 처음 나오는 화면. 문법·단어·풀기·한자 단계 줄 아래에 「これ・それ・あれ」의 뜻과 설명, 예문 셋이 있다.
장을 열면 문제부터 내지 않는다. 문법 · 단어 · 풀기 · 한자 차례에서 첫 자리가 문법 설명이다.

챕터 하나가 한 벌

챕터를 나눠 놓는 것과 그 안을 어떤 순서로 채우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클로드가 처음에 짠 순서는 종류별이었다. 열두 챕터를 세 번 훑는 것이다. 첫 바퀴에 문법만 쓰고, 다음 바퀴에 어휘를 채우고, 한자는 마지막 바퀴에. 일만 놓고 보면 그편이 나을 것 같긴 했다. 같은 걸 몰아서 하면 맥락이 안 섞이니 쓰기는 빠를 테니까.

그런데 나는 일을 처리하는 중이 아니라 공부할 것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래서 종류별로 몰아서 쓰지 말고 챕터마다 주제를 하나 잡아서 그 안에 문법과 어휘와 한자를 같이 녹여 보자고 했다. 그렇게 되겠냐고 계속 물으며 클로드를 다독였다.

결국 그 모양이 됐다. 챕터 2가 「약속 잡고 값 묻기」면, 거기 쓰는 문법이 있고 그때 필요한 단어가 있고 그 단어에 들어가는 한자가 있다.

한 챕터는 다시 몇 개의 장으로 나뉜다. 장을 열면 문법 설명을 먼저 읽고, 거기 나온 단어를 한 장씩 넘겨본 다음, 그 자리에서 문제를 푼다. 그 장의 단어가 한자를 쓰면 그 글자들을 익히고 한 번 더 푼다.

이러면 챕터 4까지만 하고 덮어도 문법 23항목과 단어 266개와 한자 50자를 배운 것이 된다. 챕터 제목이 곧 할 수 있게 되는 일이라, 거기까지만 해도 자기소개를 하고, 약속을 잡고 값을 묻고, 감상을 말하고, 무엇이 어디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묶어 두니 할 수 있는 게 하나 더 생겼다. 챕터 5의 예문에 쓸 수 있는 단어는 챕터 1부터 5까지 배운 것뿐이다. 뒤집어 보면, 뒤 챕터를 채울수록 앞에서 배운 단어와 한자를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새 문법을 가르치는 문장이 그대로 앞 챕터의 복습이 되는 것이다. 복습거리를 따로 만들어 끼워 넣지 않아도 됐다.

클로드가 한 챕터를 끝내 놓으면 챕터 1부터 그 챕터까지 내가 한 번씩 훑었다. 일본어를 모르는 내가 일본어를 검토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긴 한데, 그래도 읽다 보면 걸리는 자리가 있다. 짚어서 고쳐 달라고 하고, 고쳐 오면 이번엔 검색해서 맞는지 확인해 보라고 시켰다. 확인하다 또 걸리면 다시 고치고 다시 확인시켰다. 더 안 나올 때까지 하고 나서 다음 챕터로 갔다. 이게 제일 오래 걸렸다. 뒤로 갈수록 앞에서 못 본 게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챕터 1부터 4까지의 목록. 챕터마다 제목과 진도가 있고, 그 아래에 1장·2장처럼 나눈 단추가 있다.
챕터마다 문법·어휘·한자가 한 벌이고, 그 안이 다시 장으로 나뉜다.

맞는지 틀린지 내가 모른다

가나는 그래도 중학교 때 배운 적이 있어서 맞는지 틀린지 감이 있었다. N5는 아니다. 예문을 봐도 자연스러운지 어색한지 내가 모른다.

이게 생각보다 무서웠다. 프로그램은 틀리면 안 돌아가니까 바로 알게 되는데, 문장은 틀려도 화면에 멀쩡하게 뜬다. 어색한 예문도 예쁘게 나오고, 그걸 본 사람은 그대로 외울 것이다. 아무도 안 알려준다.

그래서 두 가지를 했다.

하나는 검색이다. 클로드가 그냥 아는 대로 써 온 설명은 그대로 두지 않고, 검색해서 어디서 나온 말인지 보여 달라고 했다. 「~ましょう」 항목에 클로드가 「혼자 할 일에는 안 씁니다」라고 적어 놓은 것이 걸렸다. 일본어 사전 다이지센(大辞泉)에는 「의지를 정중하게 나타낸다」는 쓰임이 따로 적혀 있었고, 예문으로 「今日は わたしが 参りましょう」가 붙어 있었다. 이런 건 문장도 설명도 멀쩡해서 뜻이 틀린 것보다 잡기 어렵다. 안 되는 것도 아닌 걸 안 된다고 적어둔 셈이었다. 그대로 뒀으면 읽는 사람이 맞는 말을 틀린 줄 알았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건 있으면 안 된다」를 미리 한 줄 적어 두는 것이다. 이를테면 「두 단어가 같은 한국어 뜻을 달고 있으면 안 된다」. 뜻이 겹치면 그 단어를 묻는 문제에서 정답이 둘이 되기 때문이다. 단어도 예문도 문항도 전부 파일에 적혀 있으니, 한 줄 적어두면 프로그램이 단어 671개와 문항 678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서 어긋난 자리를 찾아 준다.

물론 프로그램이 일본어를 알아듣는 건 아니다. 글자를 맞춰 보고 수를 세는 게 전부라서, 「이 문장이 자연스러운가」는 뭘 적어둬도 걸러지지 않았다. 대신 예문에 그 문법이 정말 들어 있는지, 아직 안 배운 한자가 섞이지는 않았는지 같은 것은 걸러 줬다. 세어서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정답은 정답이고 오답도 정답이네

제일 혼란스러웠던 자리다.

빈칸에 들어갈 말을 넷 중에 고르는 문제에서, 오답 하나가 그 자리에 넣어도 말이 되면 정답이 둘이 된다. 그런데 이건 내가 못 잡는다. 나한테는 넷 다 그냥 일본어다.

허락을 구하는 말을 묻는 문항이 그랬다. 「この しゃしん を みても __ ですか(이 사진을 봐도 __ 됩니까)」에서 「いい」를 고르게 하는 문제인데, 오답을 형용사로 채울 수가 없었다. 「たかい(비싸다)」를 넣으면 「이 사진을 봐도 비쌉니까」가 되는데 이것도 되는 말이라고 한다.

시각을 묻는 문항은 물음말이 문제였다. 「しごと は __ から ですか(일은 __부터입니까)」에서 「なんじ(몇 시)」를 고르게 했는데, 그 자리에는 「なに(무엇)」를 넣어도 「なんようび(무슨 요일)」를 넣어도 문장이 된다. 묻는 문장만 있으면 답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뒤에 대답을 한 줄 붙여서 고쳤다. 「ごぜん はちじ から です(오전 8시부터입니다)」가 따라오면 물은 것이 시각이라고 정해진다.

주고받기를 묻는 문항에서는 조사 하나가 문제였다. 「わたし は せんぱい に カード を __(저는 선배에게 카드를 __)」에서 「もらいました(받았습니다)」를 고르게 하고 「あげました(주었습니다)」를 오답으로 뒀는데, 「선배에게 주었습니다」도 그대로 맞는 문장이다. 조사를 「に」에서 「から」로 바꾸니 받는 쪽으로만 읽혀서 답이 하나가 됐다.

이런 걸 열댓 개 찾았다. 마지막에 찾은 게 이거다. 「わたし は __ で パン を かいます(저는 __에서 빵을 삽니다)」의 빈칸에 들어갈 장소를 고르는 문제인데, 오답으로 「がっこう(학교)」를 뒀다가 학교에 매점이 있으면 그대로 성립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뜻을 알아야 가려지는 일이라 미리 적어두는 것으로는 다 못 잡는다. 대신 문장이 오답을 밀어내게 쓰는 쪽으로 바꿨다. 「へや の __ を します(방의 __를 합니다)」처럼 써 두면, 오답으로 「りょこう(여행)」를 넣어도 「방의 여행을 합니다」가 되어 답이 될 수 없다.

한 칸 한 칸 규칙 울타리 세우기

문법 항목 하나에는 예문이 세 개 있고, 그 아래 빈칸을 채우는 문항이 다섯 개씩 붙는다. 「~の~」 항목의 예문은 「これ は わたし の ほん です(이것은 제 책입니다)」였고, 문항은 「これ は わたし__ ほん です」였다. の만 빼놓고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 문법만 그런 게 아니었다. 빈칸 문항을 다 세어보니 절반 가까이가 그랬다.

항목 페이지에서야 어차피 답이 の다. 그 자리 문항이 할 일은 맞히게 하는 게 아니라, 같은 뼈대가 다른 말에도 그대로 붙는다는 걸 한 번 더 보여주는 것이다. 예문을 그대로 옮기면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두 번 보는 것이고, 빈칸은 위에서 같은 자리를 베끼면 채워진다.

항목마다 붙는 빈칸 문항 다섯은 그 자리에서만 쓰이지도 않는다. 장을 연습할 때도, 총복습에서도 예문을 옆에 두지 않고 그대로 다시 나온다. 그때 예문과 같은 문장이면 뜻을 몰라도 본 적 있는 문장이라 답이 따라온다.

그래서 안에 든 단어를 전부 바꿔서 고쳤다. 「これ は かのじょ__ かばん です」처럼 뼈대는 그대로 두고 들어가는 말만 다르게 했다. 그리고 「빈칸 문항이 그 항목의 예문과 같은 문장이면 안 된다」를 규칙으로 적었다. 돌려보니 손으로 셀 때 놓친 것이 더 나왔다.

단어 조각을 차례대로 놓아 문장을 만드는 문항에도 비슷한 것이 있었다. 이쪽은 예문과 똑같지는 않고 단어 하나만 달랐다. 그래서 「두 문장이 단어 몇 개나 다른가」를 세는 규칙을 하나 더 적어 넣었다. 다른 단어가 하나뿐이면 규칙이 잡아낸다.

이런 식으로 한 번 걸릴 때마다 규칙이 하나씩 늘었다. 하나씩 보면 별것 아닌데, 쌓이고 나니 콘텐츠가 엉뚱한 데로 새지 않게 잡아 주는 울타리가 됐다. 나는 같은 걸 또 틀리는데, 한 번 적어두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규칙이 대신 찾아 준다. N5 학습 콘텐츠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했던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の~ 항목 페이지. 예문 「これ は わたし の ほん です」 아래에 문항이 있다. 「これ は かのじょ」 다음이 빈칸이고 「かばん です」가 이어지며, 보기는 を·は·に·の 넷이다.
예문을 읽고 바로 아래에서 푼다. 뼈대는 같고 안에 든 단어가 다르다.

한자는 사전처럼

한자를 어떻게 다룰지가 고민이었다.

「何」 한 글자를 떼어놓고 「カ, なに, なん」을 외우면 머릿속에 읽기만 셋 쌓일 뿐, 정작 「何時」가 나왔을 때 なんじ로 읽지는 못할 것 같았다. 출제 형식을 찾아보니 시험도 글자를 하나씩 떼어 묻지 않고 문장 안의 단어에 밑줄을 긋고 있었다. 그래서 한자 표는 외워야 할 목록이 아니라, 그 글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같이 보여주는 색인으로 만들었다.

한자 한 글자가 한 줄이고, 그 줄에 뜻과 음과 훈을 적어뒀다. 적는 방식은 사전을 그대로 따랐다. 음은 가타카나로, 훈은 히라가나로 적고, 한자 뒤에 딸려 나오는 가나(오쿠리가나) 앞에 점을 하나 찍는다. 「食べる」의 훈을 「た.べる」로 적는 식이다. 사전이 그렇게 적길래 따라 적었을 뿐인데, 적어놓고 보니 그 점이 「食의 소리는 た까지」라는 표시가 됐다.

그러자 단어의 읽기를 그 줄의 음훈으로 쪼개 볼 수 있게 됐다. 「食べる」의 읽기 「たべる」가 「た.べる」와 맞아떨어지는지를 단어마다 맞춰 보는 것이다. 음훈을 잘못 적어두면 그 글자를 쓰는 단어가 한꺼번에 걸리고, 단어의 읽기가 틀리면 그 하나만 걸린다. 어느 쪽이 틀렸는지까지는 모르지만, 둘이 어긋났다는 건 알 수 있다.

이걸 규칙으로 적을 때 한 군데를 열어둬야 했다. 「金曜日」의 읽기는 きんようび인데, 마지막 び가 한자 표에 없다. 日에 적어둔 훈은 ひ다. び는 그 ひ가 단어 안에 들어가면서 흐려진 소리인데, 이런 걸 연탁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표에 び를 하나 더 적어 넣으면 될 일 같지만, 그러면 사전에 없는 읽기를 적어두는 셈이 된다. 그래서 표는 그대로 두고, 읽기를 쪼갤 때는 ひ와 び처럼 흐려진 짝도 같은 소리로 보라고 규칙에 적었다.

그런데 자리를 가리지 않고 열어둔 게 문제였다. 단어장에 「金曜日」의 읽기를 きんようび 대신 ぎんようび로 잘못 적어놔도 규칙이 울타리 노릇을 못 했다. 첫소리 き가 ぎ로 흐려진 것으로 본 것이다. 전에 고쳤던 오타를 일부러 도로 넣어보다가 알았다. 연탁은 뒤에 붙는 말에서 일어나지 단어 첫머리에서는 안 일어난다고 한다. 흐려져도 되는 자리를 첫머리 밖으로 한정하고 나서야 규칙이 ぎんようび를 잡아냈다.

표를 이렇게 만들어 두고도 정작 배우는 자리에서는 못 쓰고 있었다. 챕터 1을 풀다가 「ひと의 표기는?」이 人·子ども·女の子·話します를 들고 나왔는데, 네 글자 다 그때까지 화면에 한 번도 안 나온 글자였다. 단어는 묻기 전에 한 장씩 보여주게 해뒀으면서 한자만 그걸 안 만들어둔 탓이다. 지금은 그 장의 단어가 쓰는 글자를 먼저 익히고 나서 묻는다. 표에 적어둔 뜻과 음훈이 그 자리에 그대로 나온다.

한자 何 쪽. 음은 カ, 훈은 なに·なん. 아래에 何時·何曜日 같은 단어가 여덟 개 있다.
何 하나에 단어가 여덟. 오른쪽 숫자가 그 단어가 나오는 챕터다.

한자, 어휘 보강하기

클로드와 챕터를 채워 가는 동안 한자 표도 같이 늘었는데,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히고 나서 세어보니 77자에서 멈춰 있었다. 흔히 N5는 100자라고 하는데, 나머지 스물몇 자는 「단어장을 채우다 보면 어느 글자가 필요한지 알게 되겠지」 하고 미뤄뒀다.

열한 챕터를 다 쓰고 나서 미뤄둔 그 자리로 돌아갔다. 그동안 쌓인 단어가 662개였고, 그중 572개가 가나로만 적혀 있었다. 그 572개를 하나씩 놓고 이 말에 한자 표기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글자를 쓰는지 클로드에게 물었다. 표기를 붙일 수 있는 말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 표기에 들어가는 글자를 한자 표에 들이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何가 그랬다. 何時, 何曜日, 何分, 何人, 何年… 何를 쓰는 단어가 열둘인데 정작 그 글자가 표에 없었다. 열둘 중 여덟은 나머지 글자가 이미 표 안에 있어서 何 하나만 들어오면 바로 표기를 붙일 수 있었다. 週도, 百千万도, 左右도, 東西南北도 모두 쓰는 단어는 이미 있는데 표에만 없던 글자들이었다.

그렇게 표에만 없던 글자를 모아 넣었더니 28자였다. 표는 105자가 됐다. 검증을 위해 클로드한테 통용되는 N5 한자 목록을 검색해서 우리 표와 맞춰봐 달라고 했다. 목록 두 벌을 가져왔는데, 그 글자를 우리 표가 전부 덮고 있었고 오히려 두 자가 더 있었다. 曜와 員인데, 그 둘이 없으면 月曜日과 店員을 못 적는다.

이제 「たべます」를 「食べます」로도 적을 수 있게 됐다. 한자로도 적히는 단어가 90개에서 168개가 됐고, 그만큼 한자 읽기·표기 문항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 572개를 훑는 동안 어휘 쪽 빈자리도 같이 눈에 들어왔다. 형용사를 예순여섯 개나 가르치면서 「빨갛다」도 「파랗다」도 안 가르치고 있었다. 「あかい かばん(빨간 가방)」 같은 흔한 말을 못 만드는 상태였다. 크다/작다, 비싸다/싸다처럼 짝으로 넣어둔 형용사들 중에 많다/적다는 빠져 있었고, 날씨 단어에 「하늘」이 없었다.

빠진 것들을 넣으니 662개였던 단어가 671개가 됐다. 어휘는 흔히 800이라고 하는데, 일단 여기서 더 채우지는 않기로 했다. 찾아보니 800도 공개된 적 없는 목록을 두고 어림한 수라고 한다. 671은 거기에 한참 못 미치지만, 수를 맞추자고 챕터 주제에 없는 단어를 끌어다 넣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다.

읽기 문제는 읽기답게

「北」의 읽기를 묻는 문항에 오답이 にし·みなみ·ひがし로 붙어 있었다. 넷 다 방위를 가리키는 말이라, 北을 못 읽어도 나머지 셋이 서·남·동인 줄만 알면 남는 것이 답이었다. 오답을 같은 주제에서 뽑은 탓이다.

그래서 오답을 뜻이 아니라 소리에서 만들기로 했다. 틀리기 쉬운 자리를 클로드와 넷으로 추렸다. 다른 음훈으로 읽거나(日本을 にちほん으로), 연탁을 잘못 넣거나(てんき를 てんぎ로), 장음을 흘리거나(がっこう를 がっこ로), 촉음을 흘리거나(いっぽん을 いぽん으로). 넷 다 뜻으로는 갈리지 않고 소리로만 갈린다.

재료는 이미 있었다. 한자 표가 음훈을 들고 있었고, 연탁이 어디서 일어나는지는 읽기를 쪼개 맞춰 보는 규칙을 적을 때 같이 적어둔 뒤였다. 그 둘을 붙이니 그럴듯한 오독이 나왔다.

午前의 읽기를 묻는 문제. 보기는 ごまえ·ごぜん·ごうぜん·ごせん.
오답 셋이 각각 다르게 틀렸다. 前을 훈으로 읽기(ごまえ), 없는 장음 넣기(ごうぜん), 탁음 지우기(ごせん).

소리로 오답을 만드는 규칙을 적으면서 밑에 한 줄을 더 달아뒀다. 이 유형에는 오답이 사실 정답인 경우가 없다고. 단어의 표준 읽기는 하나뿐이니 그것만 빼면 나머지는 다 틀린 읽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틀렸다.

「四」를 보여주고 읽기를 고르라는 문항이 있었다. 정답은 よん인데 선택지에 し와 よ가 같이 있었다. 셋 다 四의 읽기다. 이런 문항이 168개 중 55개였다.

표기가 두 글자 이상이면 사정이 다르다. 学校를 がくこう로 읽으면 틀린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글자는 그 글자가 가진 음훈이 전부 옳은 읽기라, 소리를 바꿔 만든 오답이 곧 또 하나의 정답이 됐다. 표기가 한 글자인 단어가 168개 중 61개인데, 걸린 55개가 전부 그 안에 있었다.

이걸 잡으라고 적어둔 규칙은 이미 있었다. 이름이 「오답이 그 표기의 옳은 읽기가 아니다」였는데, 정작 보고 있던 건 우리가 단어장에 적어둔 읽기뿐이었다. 四의 し처럼 단어로 안 적어둔 읽기는 옳은데도 그냥 지나갔다. 한자 표의 음훈까지 보게 고치고 나서야 55개가 0이 됐다.

고치고 나서도 남는 게 있다. 이 문항은 글자 하나만 떼어 보여주는데, 시험은 그렇게 묻지 않는다고 한다. 문항을 고쳐서 메울 수 있는 차이가 아니라서, 옳은 읽기를 틀렸다고 하지는 않는 데까지만 했다.

챕터 12는 총복습

마지막 챕터는 총복습이다. 앞의 열한 챕터가 만들어둔 문제를 다시 낼 뿐인데, 나누는 기준이 시험과 같다.

유형 이름도 우리가 지은 게 아니라 공식 유형을 그대로 썼다. 한자 읽기, 표기, 문맥 규정, 유의 표현, 문법형식 판단, 문장 만들기, 글의 문법, 내용 이해(단문), 내용 이해(중문), 정보 검색, 과제 이해, 요점 이해, 발화 표현, 즉시 응답. 열넷이다.

총복습 화면의 유형 목록. 한자 읽기 168문항부터 즉시 응답 2문항까지 열네 줄.
열네 유형과 지금 낼 수 있는 문항 수.

유형마다 지금 몇 문항이 있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문법형식 판단은 220문항인데 즉시 응답은 둘뿐이다. 문항 수를 안 보여주면 눌러 들어가고 나서야 알게 된다.

제보받을 자리는 아직

그렇게 여러 번 검토를 시켰어도 다 잡았을 리는 없다. 설명이 모자란 자리도, 틀린 자리도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보를 받는 자리를 만들까 했다. 나 말고 누가 들어와서 예문을 보다가 「이건 좀 이상한데」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짚어서 보낼 수 있는 것.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 한 명만 지나가도 내가 영영 못 볼 것을 알려줄 테니,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안 만들었다. 아무나 아무 말이나 남기는 자리가 되는 건 싫은데, 그걸 막으려면 가입과 로그인을 열고 사람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메일 주소만 적어두자니 그것대로 겁이 난다. 이상한 메일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정확한 정보가 이 학습관에서 제일 중요한 만큼 제보받는 자리는 언젠가 만들 것이다. 다만 어떤 모양이어야 할지부터 정하고 나서.

12월 6일, 이제 내 차례

역시 AI로 한다고 그냥 되지는 않았다. 내가 잘 못 다루는 것일 수도 있고, 재능 있는 사람은 시키기만 해도 대단한 걸 내놓겠지만, 나한테는 좀 힘들고 지난한 일이었다. 몇 번을 확인하고 되돌리고 고치고 뒤엎었는지 모르겠다.

가나 글 끝에 「모르는 채로 시작해도 만들면서 알게 되는 게 있더라」고 적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시작할 때는 문법이 몇 개인지도 몰랐고, 지금도 한자 앞에서는 막막하다. 그런데 열두 챕터가 생겼다.

돌아보니 대개 같은 식이었다. 내가 못 하는 판단은 못 하는 대로 두고, 대신 물어볼 수 있는 것을 찾아 적었다. 「이 예문이 자연스러운가」는 끝까지 내 몫이 아니었지만 「예문에 그 문법이 들어 있는가」는 물을 수 있다. 그럴듯한 설명이 떠오르면 일단 의심하고 출처부터 찾는 버릇도 그러다 생겼다.

가나는 맛보기였던 것 같다.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만들어놓고 직접 외워보다가 걸리는 자리를 찾아 고치는 것도 즐거웠다. 한동안 매일 써보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은 양이 다르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AI에 기대 배울 것을 만들고 그걸로 공부까지 해보는 일이, 이번엔 열두 챕터 분량이 됐다. 이번에도 재미있고 즐거웠지만, 다 만들고 나니 버거웠다는 느낌도 확실히 남았다.

제일 모르겠는 것도 지금부터다. 이렇게 만든 걸로 공부하는 게 정말 될까. 문항이 멀쩡한 것까지는 확인했는데, 그걸로 일본어가 느는지는 아직 모른다. 좀 불안하고, 그래서 좀 설렌다.

애초에 일본어를 배워보려다 만들기 시작한 것이었으니, 이제 내 차례다. 챕터 1부터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써보다 보면 이번에도 또 뭐가 나올 것 같다.

사실 시험은 만들기 전에 접수해 뒀다. 신청이 열린 그 주 일요일, 9월 6일이었다. 12월 6일 일요일 오후 1시 40분, N5.

JLPT 접수 확인 화면. 시험일자 2026년 12월 6일 일요일 13:40, 접수일시 2026년 9월 6일 13:03, 응시레벨 N5.
오후 1시 3분에 눌렀다.

날짜가 정해져 있으니 미룰 데가 없다. 남은 시간에 이 열두 챕터를 내가 직접 끝까지 해보는 것이 다음 일이다.

끝까지 해내고 시험 결과도 괜찮게 나오면, 모르는 채로 만들어서 공부하는 게 되긴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 그때는 N4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 지금 JLPT 학습관에는 히라가나·가타카나와 N5 둘뿐인데, 줄이 하나 더 늘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