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만들었다
공간을 만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없어서, 우선 이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적어둔다.

이름
水美想館. 물 수, 아름다울 미, 생각 상, 집 관.
읽으면 "수미상관"이 된다. 국어 시간에 배우는 그 수미상관(首尾相關) — 시의 처음과 끝이 되돌아와 맞물리는 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익숙한 소리를 빌리되 한자는 전혀 다른 것으로 채웠다. 소리는 같아도 가운데 글자가 다르다. 빌려온 쪽은 서로 상(相), 채워넣은 쪽은 생각 상(想)이다.
앞 세 글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고, 이 공간은 그걸 담는 그릇이다.
물. 노장사상을 좋아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말.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도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그 뜻을 일상에서 계속 되새기고 싶었다.
아름다움. 귀엽고 예쁜 걸 좋아한다. 내가 예쁘다고 느끼는 것에도 관심이 많지만, 사람들이 무엇을 예뻐하고 무엇을 아름다워하는지에도 그만큼 관심이 많다.
생각. 나는 생각하는 걸 좋아한다.
상상하고, 공상하고, 몽상한다. 지나간 일을 회상하고, 본 것에는 감상이 남는다. 만들고 싶은 게 생기면 발상하고 구상한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연상시키고, 그러다 예상하고, 가끔은 이상을 그린다. 자주 망상으로 흐르고, 어떤 날은 아무것도 없이 명상한다.
전부 想이 들어간 말이다. 마음속으로 그려본다는 뜻의 그 글자, 이름 가운데 있는 그 글자.
똑똑한 편은 아니다. 다만 답에 닿는 것보다 혼자 궁리하는 시간 자체를 좋아한다. 결론이 안 나도 상관없고, 대개는 안 난다.
억지 같지만, 이렇게 붙여놓고 나니 이 셋이 나를 이루는 것들과도 맞닿아 있었다.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분,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 그리고 안에 있는 생각과 사상.
공간. 나머지 한 글자, 館은 회관(會館)할 때의 그 관이다. 도서관, 미술관, 체육관 — 館이 붙는 곳은 전부 밖에서 들어오라고 지은 자리다.
수미상관으로 읽히려면 마지막 글자가 "관"이어야 했으니 재(齋)나 당(堂)이나 헌(軒) 같은 집들은 애초에 후보가 아니었다. 같은 "관" 중에서는 觀이 오래 걸렸다. 도관(道觀), 도교의 사원을 가리키는 글자다. 노장사상을 좋아하니 어울렸고 본다는 뜻도 있었다.
그래도 館으로 정했다. 여기가 보는 곳이기보다 드나드는 곳이었으면 했다.
도서관이 그렇다. 다들 혼자 앉아 제 책을 읽지만 그러면서도 같은 자리에 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데 혼자 있는 것과는 다르다. 이곳도 그랬으면 한다. 비록 처음엔 나 혼자 쓰겠지만 닫아두지 않고, 언젠가 이곳에 들어온 사람과 무언가는 오가는 공간이길 바란다.
로마자로는 soomisang이라고 쓴다. su가 아니라 soo다. 영어를 쓰는 사람이 su를 보면 /sʌ/로 읽을 여지가 있어서 늘린 것이기도 하지만, 늘려놓고 보니 o 두 개가 물방울처럼 보였다. 그리고 둘을 옆으로 이으면 무한대 기호가 된다. 심볼은 여기서 나왔다.
심볼
위쪽은 처마고, 아래는 무한대다.
무한대가 먼저였다.
수미상관, 머리와 꼬리가 맞물려 끝나는 데가 없다는 말이다. 그대로 선으로 옮기면 ∞가 된다. 앞에서 늘려 쓴 soo의 o 두 개를 옆으로 이어도 같은 모양이 나온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관(館)이니까 위에 처마를 세웠다.
세워놓고 보니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방을 미리 나누지 않기로 했다
블로그, 만든 것, 배운 것, 일기. 섹션을 나눠 만들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무엇을 쓰게 될지 아직 모르는데 구조부터 정하면, 쓰는 것이 구조에 맞춰진다. 일기 칸을 만들어두면 일기 같은 걸 쓰게 되고, 개발 칸을 만들어두면 개발 같은 걸 쓰게 된다. 그래서 태그만 붙이고 첫 화면은 최신순으로 흐르게 두었다.
쌓인 걸 보고 나서 방을 만들 생각이다.
물결
머리말 뒤에서 선 몇 개가 천천히 움직인다. 마우스를 올리면 그 자리가 부풀어 오른다.
무거운 3D 라이브러리는 쓰지 않았다. 캔버스에 사인 곡선 네 줄을 그리고 커서 근처만 솟게 한 게 전부다. 화면이 가려져 있으면 멈추고, 움직임을 줄이는 설정을 켜둔 사람에게는 정지한 한 컷만 보여준다.
물을 좋아해서 넣었지만, 잔잔하게 흐르다가 건드리면 반응하는 정도가 딱 좋았다.
앞으로
배운 것과 궁금했던 것을 남길 생각이다. 글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게 나오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것을 붙일 수 있게 해두었다.
그럴듯한 계획은 여기까지.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고, 공개는 그 결과일 뿐이다.